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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새로운 일상/우리집 멍멍이

흰눈이 보고싶다..

 


지난 5월 17일.
나와 함께한 2년간을(군만두가 아닌 사료로 ㅋㅋ)
올드보이처럼 지내온 흰눈이와 이별했다.
다른 강아지들과다르게 흰눈이는 공도 인형도 싫어한다...
공을 굴려주거나 던져주면 무서워서 도망을 가고인형을 주면 으르렁대거나 꼬리를 내리고 기가죽어 피한다. 아마 아가때부터 장난감으로 같이 놀아준적이 없어서 놀줄을 모르는건지도 모르겠다.
아침일찍 집을 나서고, 저녁 해저물어 내가 집에올때까지 흰눈이는 혼자 종일을 텅빈 방안에 TV를 보면서 날 기다렸다.
아침이면 떠나는 내가 미워 징징대며 울었고,
저녁때면 목이 쉬도록 반가와 소리치고 매달리듯 껑충껑충 뛰었다.
퇴근후 집에 돌아오면 하루종일 나만을 기다렸을
흰눈이를 나도 반갑게 따뜻하게 안아주고 쓰다듬
                                                                                                           어줬어야 했는데... 정말 피곤한날에는 집에 도착
해 날 하앍하앍 날뛰며 반기는 흰눈이가 귀찮아 밀쳐버리고 저리가라 소리치는 경우도 있었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가까운 공원으로 산책을 가게되면 흰눈이는 토끼처럼 깡총깡총 잘도 뛰며 너무나 행복해 했다. 외출할때엔 강아지 전용가방에 넣어 나갔는데 흰눈이는 내가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나갈 체비를 하고 있으면 가방에 쏙 들어가 자기도 같이 데려가라고 낑낑 거리기 시작한다..

강아지는 낯선이가 침입하거나, 수상한 소리가 들리면 짖는것이 본능인데, 흰눈이는 마음대로 짖을 수 있는 자유가 없었다
자취를 하면서 데리고 있던지라 짖지 못하게 가르치고 꾸중하고 해도 잘 않되더라... 결국은 몇번의 주민항의등으로 성대수술을 하기로 하고 성대를 찢어놓는 수술을 받았다. 그후로도 짖는 시늉은 했지만 목소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짖으려고 시도할때마다 쉰소리,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소름이 끼친다;;)

내가 얼마전 편도수술을 받고 몇일씩이나 목이아파 괴롭고 밥도 못먹어가며 고통스러워했는데... 그때 흰눈이는 아프단 말도 못하고 얼마나 괴로왔을까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지금은 다행히 찢어놓았던 부위가 다시 다 자라나 멍멍! 큰소리로 잘도 짖는단다

그렇게 같이 지내다 흰눈이를 잠시 고향 시골집에 맡겼었다
시골에서 흰눈이는 여름철이라 마당에서 자랐다. 몇달후 고향집에 갔을때 흰눈이는 털도 덥수룩하게 자라 삽살개처럼 순박하게 변해있었다. 시골에서 논이며 밭이며 제집마냥 이웃집을 드나들며 뛰노는게 좋았는지 안아 씻기고 방안으로 데려갔는데, 문열리는소리에 쏜살같이 다시 집밖으로 튀어 나가버렸다. 시골 생활이 흰눈이는 마냥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얼마 후 벌초 시즌이라 시골집에 갔는데, 흰눈이 한쪽눈이 허옇게 되어 퉁퉁부어있었다.

'할머니 내일 데려가 수술 받아야겠어요'
'뭔 개가 병원을 가노 가만 냅두면 괘안해진다 냅둬라~'

논으로 밭으로 온 사방으로 뛰어 다니다가 뾰족한 뭔가에 눈이 찔렸는지 안압으로 인해 안구속의것들이 튀어 나왔나보다
얼마나 아팠을까... 눈이 아픈지 앞발로 아픈눈을 계속 비벼대며 낑낑 울었다.
병원에 갔더니 역시나 안구가 천공됐다 했다 다행히도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봉합도 잘 되었다.
수술후에 아직도 한쪽눈에 수술자국이 하얗게 조금 남아있지만 아예 실명되지는 않았고 수술된부위(눈전체에 4/1)만 흐려져 보일꺼라 한다. 가끔 밖에 데리고 나가면 눈 수술한줄을 모르고 '엉? 눈이 짝짝이네? 이쪽눈이 더 예쁘다(수술한쪽 눈)' 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

나와 함께 있는동안 너무 고생을 많이해서 너무 미안하다
지금은 내 친구집에 입양되어 잘 지내고 있는데, 간지 하루만에 그집에 적응해버리고, 내가 가는줄도 모르고 헐떡거리며 넓은 집안을 정신없이 뛰어다녔던 흰눈이한테 조금 서운했지만... 잘 지내줘서 너무 고맙다
맨날 호통치고, 막무가네로 무뚝뚝했던 나와는 달리 내친구와 친구네 가족들은 너무 예뻐해주고, 오냐오냐 해주어서
내앞에서 늘 기가 죽었던 흰눈이가 그집서는 싫은것 앞에서 으르렁 대기도 하고... 많이 밝아졌다고 해서 다행이다



많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