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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탈출/맛집 찾기

문경 옛날묵집 - 묵조밥 정식, 초당두부


지난 주말에는 고향 문경에 다녀왔습니다. 
지난달에 내려 갔을때 작은 아버지께서 추천하셨던 묵밥집에서 식사를 한 후로 고소한 그집 묵밥이 생각나서 내내 친구에게 옛날묵집 묵맛이 꿀맛이더라, 가거든 꼭 같이 가보자 했었는데 친구와 약속하고 한달만에 다시 갔습니다.

어릴적에는 할머니께서 직접 산에서 보따리 보따리로 해오신 도토리와 메밀로 묵도 해주시고, 맷돌로 갈은 콩으로 두부를 만들고, 집에서 키운 콩으로 콩칼국수를 직접 홍두깨로 스윽스윽 밀어 만들어주시곤 하셨는데 햄, 고기, 소세지가 더 좋았던 어린시절 그때는 어려서 할머니의 손맛을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할머니 아버지의 입맛을 따라가게 되는지 주물주물해 뚝딱 만들어주셨던 나물과 손수해주셨던 그 음식들이 많이 그리워집니다.

할머니께서 편찮지만 않으셔도 졸라서라도 다시 맛보고 싶은데, 이젠 더이상 그맛 그대로를 느낄수 없게 되어 많이 아쉽고, 그때의 추억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아마 아버지나 작은아버지들께서 내려오실적마다 이집 묵밥을 찾는 이유도 아마 지금의 나처럼 고향 맛이 그리워서가 아닐까... 할머니께서 자식들을 생각하며 정성으로 만드셨을 그 음식들에 비할수는 없지만 옛날 묵집묵밥산초기름을 둘러 노랗게 지져낸 초당두부는 정말로 일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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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씽~ 문경으로 향하는 버스안 입니다.
단비는 버스 창밖으로 휙익휙 지나는 풍경들이 신기한지 마냥 창에만 이렇게 매달려 있었습니다 +ㅁ+






할머니를 뵙고 우리는 묵밥집으로 향했습니다.
옛날묵집 위치는 문경시에서 운영하는 문경온천뒤 시립문경요양병원 주차장에서 흰색간판으로 옛날 묵집이 바로 보입니다. 

이번에 친구와 온천욕도 즐기고 싶었지만 강아지를 맡길곳이 마땅치 않아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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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초당두부묵조밥 정식 2개를 주문했는데, 식전에 초당두부가 먼저 나왔습니다. 이집 초당 두부는 산초기름을 둘러 지져내어 산초열매의 톡쏘는 맛과 향이 입맛을 돋궈줍니다.
 - 좁쌀보다 조금 크게 열리는 산초를 압착하여 만든 기름은 그 향기가 멀리 퍼지고, 향긋한 산초기름을 두르고 시골 두부를
   노랗게 지져내면 두부에서 산 내음이 납니다.





간을 하지 않은 맨 두부는 김치에 싸먹거나 양념간장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지만, 이집 초당두부는 두부에 적절히 간이 베어있고,
산초 향이 어우러져 두부만 먹어도 맛있습니다





두부를 지져낼때 쓰인 산초기름의 재료인 산초라는 식물이예요. 
제가 어릴적에 고향에 정자아래서 처음 봤던 식물인데, 할머니께 어떤 열매인지 여쭸더니 먹어도 되는 열매라 하셔서 하나 톡 따서 씹어봤다가 그 향과 맛이 너무 강해서 혀와 코까지 얼얼해지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던 기억이 있어요
열매 그대로만 먹으면 아마 누구라도 눈물이 나오실겁니다 (>.<)^

산초는 눈병(다래끼, 결막염등) 피부질환 부인병 관절염 생리불순 식욕증진등에 효과가 있고, 산초의 성질은 매우 뜨거운 편이어서 몸을 따뜻하게 데워 주는 작용을 하는데 체질상 열이 많은 분과 임산부는 피하는것이 좋다고합니다.







드디어 묵조밥 정식 상이 차려져 나왔습니다.
반찬으로 조기와, 도라지무침, 절인고추, 묵무침과 몇가지 반찬이 더 푸짐하게 나오고, 묵밥도 엄청 푸짐하고 먹음직스럽게 나왔습니다. 묵밥은 생각보다 양이 정말 많아서 다음번에 가면 2인에 정식 하나만 시켜도 될것 같습니다.





주문할때 몰랐던 음나무백숙도 메뉴에 있네요. 귀신을 쫓는다는 가시가 뾰족뾰족난 음나무는 저희집 마당에도 크게 한그루가 있는데요, 예전에는 음나무 가지를 잘라다가 약으로도 쓰고 백숙을 할때 가마솥에 잘라놓은 음나무 가지를 함께넣어 쪄서 먹기도 했는데... 그맛대로 맛이 있을지 다음에 가면 백숙도 한번 먹어 봐야겠습니다.





식사후에 버스(문경여객)를 타고 벚꽃 축제가 한창인 점촌으로 갑니다
벚꽃 축제에 갔던 이야기는 다음편에 ㅎㅅㅎ)//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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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께서 건강하실적에 묵을 참 좋아하셨는데, 이번에 내려가거든 꼭 잡숫게 해드리고 싶었지만... 병원에서 허락하지 않아 친구가 오는길에 사온 바나나만 수저로 긁어 드리고 나왔다.
친구는 할머니께서 과일중에 바나나를 제일 좋아하신다는걸 어떻게 기억하고 알아냈는지 내가 도착하기도전에 미리 사와서 나보다 더 손녀처럼 떠먹여드리고 병실에 있는 내내 얼른 일어나시라며 다리를 주물러 드리는 친구가 너무 고맙고 그 마음이 참 든든하게 느껴졌다.

어릴적부터 같은동네서 친자매처럼 가깝게 지냈던 친구고 어린시절에 각자의 집에 잔치가 있는날에는 누가 먼저랄것 없이 함께 나누고싶은 마음에 덥썩덥썩 담아 서로의 집으로 오가곤 했는데... 서로 멀리 떨어져 지내는 지금도 변함없는 친구가 참 든든하다